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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은 폐지할 수 없다]
국민의힘 청소년특별위원회의 논평을 비판하며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성과 권리에 있어서 평등하다. 폭력의 세월을 딛고 쓰인 이 인권 선언은 우리 사회의 '인간'을 규정한다. 아동·청소년이 자기결정권을 가진 자유롭고 평등한 권리주체로 편입된 것은 세계적으로도, 대한민국의 역사에서도 비교적 최근이다. 우리는 '인간'이기 위해 오랜 시간 분투하였고, 헌법정신과 유엔아동권리협약 등을 바탕으로 제정된 학생인권조례는 그 오랜 목소리의 산물이었다. 태어나서부터 획일적인 제도권 교육에 갇혀 평균과 표준의 틀에 들어맞기 위해 권위적 폭력, 사회적 폭력에 순응해야 했던, 배제의 역사를 딛고 일궈낸 학생으로서의 아동·청소년 인권의 보루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인권'의 본질을 제로섬 게임으로 착각한 혹자와 여전히 아동·청소년의 주체성을 인정하지 않는 이들에 의해, 충청남도학생인권조례와 서울특별시학생인권조례가 차례로 무너진 바 있다. 언중들에게 오인될 요소를 바로잡음과 폐지 위기에 처한 경기도학생인권조례의 존립을 위해, 정의당 경기도당 청소년위원회는 이달 7일 자 국민의힘 경기도당 청소년특별위원회 논평을 다음과 같이 비판한다.

첫째, '교원이 학생을 훈계하는 것은 인권침해가 아니라, 잘못을 바로잡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행위'라는 서술은, 교사가 학생의 행위/태도 등을 수정하기 위해 취하는 모든 광의의 행동을 모호하고 추상적인 '훈계'로 뭉뚱그리면서, 폭력적인 의미의 확장까지 용인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다. 가령 권위를 악용한 체벌을 '교사의 훈계'의 일부로 분류하면, 그 역시 '잘못을 바로잡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행위'가 된다. 따라서 이러한 평면적인 서술은 경계해야만 한다.

둘째, '학생인권조례로 인해 교원이 훈계하는 일이 인권 침해로 분류'되었다는 서술에는 근거가 없다. 경기도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이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고 행복을 추구하기 위하여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는 '최소한의 인권'(제3조)에 관해 논하고 있으며, '교원이 학생을 상대로 훈계할 수 없다'와 같은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제4조 책무에 관한 조항 중에는 '교장, 보호자 등은 학생의 인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함'과 동시에 '학생은 교장 등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함'도 명시되어 있다. '훈계'를 방향표를 제시하는 긍정적인 상호작용으로 본다면, 금지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온전히 학교 현장에서의 오랜 위계폭력적인 악습을 '훈계'라고 규정한다면, 그 '훈계'만이 제6조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에 의해 제한된다. 이 경우에는 인권 침해를 인권 침해라고 명명하는 것이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

셋째, '학생'이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학교 수업을 들을 수 있'음을 근거로 휴대전화 '사용'을 규제하지 못한다고 서술한 점은 논리적 오류이다. 경기도학생인권조례는 '부당한 간섭' 없이 개인 물품을 소지·관리할 자유를 명시하며, 교장 등은 학생의 휴대전화 '소지 자체'를 금지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교육활동과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정당한 사유'에 따라 휴대전화 소지 및 '사용'을 규제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제12조). 따라서 학생인권조례는 휴대전화의 소지 아닌 '사용'에 있어서 온전히 규제 조항만 갖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2022 경기도 학생인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에서 휴대전화를 일괄수거/반입금지한다고 답한 학생은 각각 초등학생 7.1%, 중학생 84.2%, 고등학생 49.6%로 나타났다. 또한 휴대전화 소지/이용 제한 시 학생들의 합의나 동의가 있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학생들은 22.6%에 불과했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휴대전화 사용을 규제하지 못한다'는 주장은 합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넷째, '학생이란 학교에서 가르침을 받는 사람이고, 교원이란 학생에게 지식과 지혜를 심어 주는 사람'이라는 서술은 '학생'을 피동적인 위치에 놓음으로써, 아동·청소년의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면을 배제한다. 아동·청소년은 '학생'이기 전에 '인간'이며, 따라서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은 '학교에서 가르침을 받는 사람'으로만 규정될 수 없을 것이다. 교원은 지식을 '심어 주는' 사람이라기보다 학생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존재이다. 따라서 학생의 정체성을 평면적으로 규정하는 이러한 서술은 경계하여야 한다.

학생인권조례는 우리 학생의 최소한의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는 법제적 규정이다. 인권 후퇴의 시류에 휩쓸려 폐지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2024년 5월 9일 정의당 경기도당 청소년위원회(위원장 서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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